위선자

조규남 편집위원 승인 2013.03.11 12:05 의견 0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말세에 일어나는 일 중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몇몇 말세적 현상들을 봅니다.

첫째는 신비주의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마술(magic)계 현상이 그렇습니다.

사람들은 마술이 눈속임인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좋아하고 즐겨합니다. 미스테리한 일이니까요.

보십시오. 요즘 T.V에서 마술 쇼가 부쩍 늘어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지 않습니까?!

 

 

이것은 인터넷 글로벌한 시대에서 모든 정보가 공유되고 있어 비밀이 숨을 곳이 없다는 것에 기인합니다.

유명 인사의 사생활마저 시시콜콜 다 까발리는 세상은 내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이야기거리를 기대토록 합니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내가 알지 못하고 예측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숨겨진 상상의 세계, 그 신비로움을 찾게 됩니다.

 

 

둘째는 마술에도 싫증 난 사람들이 찾고 있는 마술 그 이상의 영적 세계가 주는 신비스러움입니다.

마술은 시작부터 인간의 장난질이라는 것을 알고 접하기 때문에 신기하기는 해도 몸이 오싹하는,

표현키 어려운 그 어떤 전율같은 인간의 근본적 두려움으로 인한 짜릿함을 주지 못합니다.

그래서 성경(행8:9)에 나오는 마술사 시몬이 돈을 드려 성령의 권능을 사겠다고 나선 것입니다.

 

 

그러나 영적 세계의 신비는 결코 알 수도 없거니와 그 베일을 벗길 수도 없는 일이기에 더욱 흥미롭습니다.

실제로 볼 수 없는 세계의 일들이라 부인하고 싶지만 묘하게도 그것을 한마디로 일축하여 부인키도 어렵습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꼭 보이는 것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안에 있는 생각이나 마음은 분명 내 것인 것 같으나 때로 그것들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나를 움직이니까요.

 

 

신본주의(神本主義)의 반대는 인본주의(人本主義)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신비주의(神秘主義)가 더 가깝습니다.

신비주의(mysticism)는 신적(神的) 요소들을 갖고 드러내는 것이지만 신을 왜곡하게 만들기에 더 나쁩니다.

신은 인간의 눈에 가려진 존재라는 사실을 교묘히 이용하여 제 멋대로 신의 존재를 형상화 시키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 하나님이 두려운 존재인 것은 하나님을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철저히 인간 밖의 타자(他者)로 구별돼 있어 그 속을 알 수 없고, 알 수 없기에 두렵습니다.

하나님의 생각과 그 길은 철저히 인간과 다릅니다. 그것이 인간에게 가려져 있는 신비요 두려움입니다.

 

 

신비주의자의 무기는 철저히 '신비' 그 자체입니다. 사람들이 결코 알 수 없는 '또 다른 세계'의 일들을 말하므로

매개체인 그 자신도 신비스러운 존재로 인식됩니다. 영매(靈媒 mediums)의 역할들이 이와 같습니다.

신의 신비로운 세계를 엿보고 말하는 영매는 놀라운 영향력을 갖게 되어 사람들을 굴복하게 만듭니다.

영매가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신비를 갖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영매들에게서 그 신적 권위가 추락하게 되면 신적 요소의 신비가 벗겨지므로 영매에게 사람 냄새가 납니다.

인간은 인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사람 냄새가 나고 거기에서 자신의 한계를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영매가 계속 영매이길 고집하면서 그 신비를 잃지 않으려 할 때 드러나는 것이 위선(僞善)입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사람을 속이기 시작합니다. 신의 계시와는 전혀 상관없는 헛소리들로 자신을 포장합니다.

이러한 영매의 한계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 자신을 신적 존재로 교주화 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사이비 종교의 교주들이 빠지는 함정이 이것입니다. 이것이 그들의 한계입니다.

신을 신격화 시키고 스스로 '신비로운 자' 가 됨으로 인해 철저히 '인간됨'을 스스로 부인해버린 까닭입니다.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는 인간이 신이 되고자 도를 닦습니다.

그러나 기독교는 반대로 신이 인간이 되고자 인간의 몸을 입고 인간 고통의 현장으로 들어옵니다.

이것이 기독교의 절대 진리이고, 이것이 기독교가 타 종교와 다른 점입니다.

 

 

신비주의자는 스스로 '인간됨'을 포기하는 사람들입니다.

결국 이들이 갈 곳은 인간 세계가 아닌 그 이상의 또 다른 세계입니다.

 

 

그러나 인간이기에 철저히 인간이 되어 인간의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는 사람이어야만이

예수 십자가 고통을 알고 신의 성품에 참여하여, 이 세상에 살되 그야말로 또 다른 세계의 '거룩한 신비'에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에겐 이미 이 땅에서 하늘나라의 기쁨이 주어졌기 때문입니다.

 

 

기독교가 가장 타락하는 시점이 신비주의에 현혹될 때입니다.

영적 지도자가 영적 능력과 권위를 잃게 될 때 스스로 영매의 역할을 자처하여 신비주의에 빠집니다.

이는 그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을 따르는 많은 사람들을 멸망으로 이끄는 것이기에 매우 두려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하나님의 신비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것처럼 하늘의 신비와 계시를 위장하여 말하지만

실상 이들이야말로 하나님을 가장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신비의 하나님을 만홀히 여긴 까닭입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의 몸을 입고 육화(肉化)되어 이 땅에 태어난 것은 인간이 결코 알 수 없는

하늘의 신비한 계시들을 인간들이 알아듣기 쉽게 말하여 말씀을 통한 구원의 길을 열어주기 위함입니다.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산상수훈입니다.

인간 삶에서 쉽게 흔히 일어나는 예화들을 들어 누구나 이해되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비주의자들은 오히려 성경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골라 신비로운(?) 언어로 사람들을 어렵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그들 자신이 이해할 수 없기에 자신들이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신비'의 영역으로

특화(特化)하여 구분합니다. 그리고 자신 안에 갖게 된 그 신비의 영역에 대해 엉뚱한 자만심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그 다음 이들 안에 영적 교만이 싹트고 다른 사람들을 정죄합니다. 그리고 그 종말은 멸망입니다.

이것이 거짓 선지자들의 특징이고, 사람들이 이단들에 현혹되는 이유이며, 잘못된 기독교 신비주의자들의 특성입니다.

 

 

하나님을 하나님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인간을 인간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인간이 인간으로서 자신의 한계와 그 부족함을 절실히 깨닫고 하나님 앞에 겸손히 엎드려

그분이 말씀하고자 하시는 것을 드러내지 않고, 자신의 생각과 말을 마치 그분의 것인 양 떠들어 댈 때

이것처럼 하나님이 기분나빠 하시는 일은 없습니다. 이것이 말세의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기독교 신비주의자들은 모든 영매의 특성이 그렇듯이 대부분 이상한 짓거리들을 잘 합니다.

그들의 '이상한 짓거리들' 은 얼핏 보아 매우 신령한 듯 보이지만 기실 깊이 들어가보면 아주 싱겁게 맹탕일

경우가 많습니다. 마치 눈속임의 마술이 그 비밀을 모를 때에는 신비로 가득차 있는 세계일 수밖에 없지만,

그 비밀을 알고 난 후에는 너무 어처구니없어 그 허망함으로 자괴감에 빠지듯이 그토록 어이없을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결국 그들의 언어는 새들의 지절거림이 되고 맙니다. 그것도 양 쪽에 두 마리의 새가

각기 다른 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듣는 사람을 혼란에 빠뜨리고 그 스스로 위선자가 되고 맙니다.

 

 

오늘 가장 밑바닥의 삶에서 고통 당하고 있는 두 남자에게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는 그들의 고통을 보면서 내가 그 고통에 동참하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아파하기도 하지만

적당히 자신을 포장하여 그럴 수밖에 없는 조건을 달아 자기합리화의 편안함 속에 안주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이 이러한 얄팍함 속에서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왔음을 숨길 수 없음도 알았습니다.

현실과 이상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지나오는 동안 내가 가장 어려웠던 것은 결코 신비할 수 없는

내 존재를 은밀한 베일 속에 가려 신비감을 자아내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이 나 스스로를 혐오감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의 가증함을 들여다보며 나지막히 떨리는 음성으로 내 죄를 고백했습니다.

"주님, 여기 또 하나의 위선자가 있습니다. 사랑의 신비를 알면서도 사랑하지 않은 위선자...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Abraham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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