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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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4.06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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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교연은 또 하나의 한기총에 지나지 않습니다.
<한국교회연합> 창립에 우려를 표합니다.
지난 3월 29일 한국교회연합(한교연·대표회장 김요셉)이 창립되었습니다. 개신교 연합운동을 명분으로 설립된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대표회장 홍재철)는 결국 한국교회에 씻기 힘든 상처만을 남긴 채, 결국 분열한 것입니다.
... 한교연은 본질상 한기총과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한교연은 창립총회에서 설립취지를 한기총의 정상화라고 밝혔고, 회원 교단 또는 단체 중 한기총을 탈퇴한 곳은 없습니다. 정관도 한기총 옛 정관에 기초하여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한기총 사태 발발의 계기가 된 금권선거 사태와 관련하여, 금품 살포자의 양심선언은 있었던 반면 금품 수수자의 고백과 참회는 없었습니다. 타락선거 재발방지 대책이라고는 한기총 7.7정관을 되뇌는 것 이상 없습니다. 결국 한교연은 또 하나의 한기총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한교연의 출범을 바라보며 한국교회 연합운동의 부실함을 재확인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시스템이 완비돼도, 구성원들이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지난 수치는 다시금 재연될 것입니다. 교회 지도자들의 영적 대각성과 실천적 회개 없이는, 교회연합운동이라는 아무리 그럴듯한 명분으로 포장하더라도, 전국 모든 교회를 대표하는 상설기구란 결국 명예와 권력을 향한 욕망의 바벨탑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올바른 연합운동이 과연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합니다.
한교연의 창립으로 결국 한기총이 그간 근거 없이 자임했던 한국개신교 대표성은 완전 소멸했습니다. 한기총의 존재 이유는 이제 전혀 없습니다. 조직을 유지할 명분도, 인적 물적 자원도 없습니다. 한국교회와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외면받는 한기총은 해체함이 마땅합니다. 더 이상 구차한 연명은 자기 자신과 한국교회를 더욱 부끄럽게 만들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한기총 사태의 근본문제는 단지 한기총이라는 한 단체를 넘어 한국교회 전반에 만연한 소위 “한기총 현상”에 있음을 압니다. 하나님과 돈을 겸하여 섬기는 맘몬숭배, 세속적 번영에 목멘 천박한 축복론, 대형교회를 지향하는 성장주의 목회관, 희생하는 섬김이 아닌 정복하는 권력으로 세상에 군림하려는 십자군적 선교 마인드 등은 한기총 조직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성도 개인과 교회 공동체 가운데 만연해 있음을 고백합니다.
앞으로 우리는 한기총 조직의 해체뿐만 아니라 한기총 현상의 해체를 위해 회개와 갱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또한 바람직한 교회연합운동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뜻있는 이들과 함께 고민할 것입니다.
2012년 4월 3일
한기총 해체를 위한 기독인 네트워크
개혁교회네트워크, 공의정치포럼, 교회2.0목회자운동, 교회개혁실천연대, 교회개혁지원센터, 기독교사회선교연대회의, 기독교윤리실천운동, 도시공동체연구소, 새벽이슬, 생명평화연대, 성서한국, 정의평화를위한기독인연대,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평화누리, 학생신앙운동(SFC), 희년함께 (가나다순, 총 16개 단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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