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유인원의 재탄생
영화 <혹성탈출 ; 진화의 시작>, 하나님을 떠난 인간 사회에 대한 위험한 풍자
서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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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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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발간된 피에르 불의 공상과학소설 <혹성 탈출 Planet Of The Apes>은 인간존재에 대한 고찰을 중점으로 유인원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류의 운명을 풍자하여 큰 파장을 일으킨 작품이다. 1968년 그 첫 번째 영화인 <혹성 탈출 1 Planet Of The Apes>을 시작으로 <혹성 탈출> 시리즈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올해 개봉한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은 이 시리즈의 프리퀄(원본보다 앞선 시점의 이야기를 그린 속편)으로 전작의 성공에 가려 개봉 전까지는 큰 기대를 받지 못했다.
영화는 생체실험을 위해 유인원들이 포획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인간의 손상된 뇌기능을 회복시켜주는 신약 개발을 목전에 두고 유인원들의 난동이 일어난다. 실험이 수포로 돌아가자 기업은 처치 곤란한 모든 유인원들을 사살할 것을 지시한다. 이때 신약을 투여한 유인원에게서 갓 태어난 '시저'는 윌 박사의 손에서 몰래 길러지게 된다.
이와 반대로 원작에서는 지구를 지배한 유인원이 인간을 노예로 부리며 생체실험을 자행하는 장면들이 충격적으로 묘사된다. 이성과 영혼을 지닌 것은 유인원이고 인간의 모습은 미개하게 그려진다. 원작의 주인(人)공인 윌리스는 유인원이 단지 인간의 문명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유인원)이 처음으로 말을 사용한 것은 사람들이 복종을 요구했을 때 그에게 항의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본 영화에서 시저가 처음으로 한 말(“No!") 역시 인간에 대한 저항의 표현이었다. 성장을 거듭할수록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시저의 모습은 인간성 몰살의 시대를 살고 있는 인간들을 당혹스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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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성 탈출 1>에서 미개한 인간은 지적인 유인원들에게 지배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
"사악한 인간을 조심하라. 인간은 악의 볼모다. 탐욕에 눈이 멀어 유희로 신의 창조물을 죽이나니 땅을 차지하기 위해 형제를 살해하도다. 그러니 번식하게 하지 말라. 자신의 집을 파괴할 것이다. 그를 피해 정글에 가둬라. 그는 죽음의 사자다." (영화 <혹성 탈출 1> 중에서)
윌 박사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버지를 위해 신약 개발을 계속한다. 그는 신약을 아버지에게 투여하여 즉각적인 효과를 얻게 되고. 그사이 시저는 인간을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한다. 그러나 두 번째 약의 실패와 함께 결국 아버지는 죽게 되고, 시저는 인간을 능가하는 지능과 힘을 얻어 윌 박사를 떠난다.
결국 윌 박사가 인류를 위해 만든 것은 포악한 인간으로부터 유인원들을 해방시키고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무기였다. 그가 두려워한 것은 아버지의 죽음이었지만, 그로인해 인류 전체는 죽음의 위협아래 놓이게 된다.
영화 막바지에는 아버지의 죽음으로서 속죄한 것처럼 보이는 윌 박사의 처연한 모습이 그의 두 번째 약에 의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내가 뉴욕 행 비행기를 타는 장면과 상반되게 비춰진다. 속편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이 마지막 장면은 인간의 죄가 어디까지 대물림될지 가늠조차 할 수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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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제작된 <혹성 탈출 : 진화의 시작>에서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의 유인원 '시저' |
“나는 이 일기를 우주 공간에 띄웁니다. 도움을 요청하려는 것이 아니라, 인류에게 닥쳐올 끔직한 재앙을 피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는 것입니다. 신이시여, 부디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원작소설 '혹성탈출' 중에서)
‘인간은 왜 다른 피조물들과 구별되며, 구별된 종으로써의 인간은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죄와 결탁한 인간 문명과 인간성을 상실한 무기력한 인간이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강력한 자폭제가 된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창조론과 진화론을 동시에 거스르며 인간 사회를 강도 높게 풍자하는 원작의 태도는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하나님의 가능성을 처음부터 배제한 것으로 보이는 이 작품의 비극적 결말은 너무나 자명하다.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수 없다는 진리처럼, 원작의 세계에서 완전한 신이자 인간으로 오신 메시야의 존재는 찾아볼 수 없다.
태초 이래 하나님을 떠난 이기적인 인간은 끊임없는 지배와 억압을 통해 하나님에 대한 인간의 죄의 역사를 반복해서 써내려왔다. 하나님의 섭리를 거스르고 자연의 경고를 무시할 때 맞닥뜨리는 것은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필연적인 하나님의 심판’이다.
영화가 제기하는 의문처럼, 인간이 다른 피조물들과 구별되는 점은 문명의 발달과 지식의 진보 혹은 언어의 사용에만 있지 않다. 성경은 죄로 인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긍휼과 사랑의 역사에 대한 절절한 기록이며, 이로써 인간은 우연히 생겨난 존재가 아니라, 섭리가운데 하나님의 거룩한 형상대로 구별하여 지으신 피조물임을 알게된다.
창조주 하나님의 사랑과 우리를 구원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 성령의 충만하심이 불의한 세상 가운데 우리를 구별된 피조물로 살게하시는 성도의 능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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