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봇의 포도원을 빼앗는 대기업들의 MRO 사업
이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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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22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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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이 기업형슈퍼마켓(SSM, Super SuperMarket)에 이어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Maintenance, Repair and Operation) 사업까지 뛰어 중소상인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되면서 이들 기업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들끓고 있다. MRO란 대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구매를 대행하는 회사를 설립해 볼펜, 포스트잇, 복사용지 등과 같은 각종 소모성 사무용품들을 공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MRO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은 대량 주문을 통해 소모성 자재의 원가를 낮추는 혜택을 누리는 한편 협력회사와 일반 기업들까지 판매망을 확장해 가고 있다. MRO 사업에 뛰어든 아이마켓코리아(삼성), 엔투비(포스코), 코리아이플랫폼(코오롱) 대기업 3사는 신규 영업 범위를 계열사와 계열사의 1차 협력업체에 한정하면서 기존에 상품을 납품했던 중소기업들은 판로가 완전히 막히고 말았다.
반면 MRO 업계 1위인 서브원(LG)을 비롯해 MRO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 계열사들의 성장은 눈이 부실 정도다. 이들은 모기업의 소모성 자재 공급을 독점하고, 더 나아가 협력업체까지 유통망을 확장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하고 있다.
개발 독재시대에 유치산업 보호를 위해 국민의 저축으로 온갖 특혜를 누리며 성장한 대기업들이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을 극한 벼랑 끝으로 몰아는 형국이다. 성경은 산업의 모든 영역을 독점하려는 이런 행위를 분명히 비판하고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약속의 땅인 가나안 땅에 들어갔을 때 생산에 참여하지 않았던 레위지파를 제외한 모든 지파의 백성들은 땅을 공평하게 분배받았다. 땅은 농경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생산수단이었다. 하나님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서 토지가 독점되지 않도록 지계표를 두도록 하셨다. 개인의 사정에 의해서 일시적으로 토지를 팔 수는 있었지만, 희년을 통해서 토지는 원주인에게 되돌아갔다. 누구도 생산수단인 토지를 임의로 독점할 수 없었다.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어 얻게 하시는 땅 곧 네 기업 된 소유의 땅에서 선인의 정한 네 이웃의 경계표를 이동하지 말찌니라”[신 19:14]
“그 이웃의 지계표를 옮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할 것이요 모든 백성은 아멘 할찌니라”[신 27:17]
열왕기상 21장에는 나봇의 포도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봇의 포도원은 아합의 왕궁 근처에 있었다. 아합은 나봇에게 포도원을 요구하면서 그 대가로 더 좋은 포도원을 주겠다고 회유하였다. 만약 나봇이 원한다면 돈으로 그 값을 지불할 수 있다고도 하였다. 현대적 관점에서 이런 토지거래는 자연스럽다. 그러나 나봇은 아합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나님께서 지계표를 옮기는 것을 금하셨기 때문이다. 결국 아합의 아내 이세벨이 나서서 나봇을 죽이고 그 포도원을 차지한다. 이 일로 아합과 이세벨은 하나님의 저주와 심판을 받게 된다.
한국의 대기업들에게서 아합과 이세벨의 모습을 본다. 대기업들의 무차별적인 영역 확장은 이 땅의 수많은 나봇들을 죽이고 포도원을 빼앗는 행위와 같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탄식이 그치지 않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이미 도산했거나 도산을 예고하고 있다.
나봇이 죽은 후에 아합이 나봇의 포도원을 차지하러 내려갈 때에 하나님께서 엘리야를 통해 저주를 선포하신다. 아합의 가문에 대한 엘리야의 저주는 그야말로 끔찍한 것이었다. 그러자 나봇은 그의 옷을 찢고 굵은 베로 몸을 동이고 금식하고 굵은 베에 누웠다. 하나님은 이와 같은 아합의 겸비한 모습을 보고 재앙을 그의 아들의 때로 연기하셨다. MRO 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에 대한 비판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하나님의 저주가 두렵다면 아합 만큼이라도 스스로 돌이켜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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