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출신의 록밴드 U2는 지난 1976년 결성된 이래 종교, 문명, 인종차별, 환경문제 등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로 꾸준히 사랑받아왔다. 밴드의 성공 못지않게 리드보컬인 보노의 이름은 우리에게 다른 이유로 친숙하다. 그는 세 번이나 노벨평화상 후보에 올랐고 영국 기사 작위를 받았으며 전 세계를 누비며 영향력 있는 인권운동가로도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그리스도인' 이라는 그의 중요한 정체성을 빼놓을 수 없다.
(사)한국기독학생회출판부(IVP)는 2011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종교’분야가 아닌 ‘예술/문화’분야에 부스를 열었다. 영업마케팅부 김진형 부장은기독교세계관에 입각한 일반서적들을 병행 출간하여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감당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 기획의 전면에 내세운 것이 ‘U2 보노 스토리’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IVP의 야심찬 기획은 어느 정도 적중한 것으로 보인다. 한때 홍보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저자 킴 워시번은 고루한 문체와 판에 박은 성장담이 더 이상 대중의 흥미를 끌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U2와 보노가 걸어온 음악세계와 사건들, 그때마다 탄생한 명곡들을 한 장으로 묶어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한 방식은 책을 읽어나갈수록 가속을 붙게 한다. 간결하고도 자신감 있는 문체와 적절한 순간마다 등장하는 보노의 간증은 절단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매끄럽게 편집된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내용은 어떨까. 책을 펼치는 순간 독자는 U2의 공연장을 찾은 관객이 된다. 이 공연이 특별한 이유는 이미 당신에게 감동을 주기로 작정했기 때문이다.
첫 장을 열자마자 우리는 보노라 불리는 한 그리스도인의 목소리에 주목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얼마나 소박하고 절제된 삶을 살았으며 하나님을 향한 열정과 믿음을 지켜왔는지를 매 장마다 실린 노래를 통해 듣는다. 잘나가는 록밴드 리더로서가 아닌, 그리스도인으로서 자신의 삶이 늘 하나님 앞에 있음을 그는 잘 알고 있었고 바로 그것이 그를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보노는 더 큰 성공이 보장된 안전한 길을 벗어남으로써 어려움을 겪지만, 전쟁과 기아, 가난 등과 같은 세계의 참혹한 현장들을 돌아보며 자신의 ‘소명’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시는지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일, 바로 절대 빈곤층을 돕는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하나님이 축복을 주실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는 세계 정치인들과 지도자들에게 도움을 호소하고 즉각적인 구제를 촉구한다. 그는 자신의 행동이 주목받기를 원치 않는다. 아직도 전 세계에 만연한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는 사회 운동으로써 더 강력한 영향을 끼치기를 원하는 노력들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소망이 그의 남은 생을 기대케 한다.
보노의 진솔한 고백은 노련한 작가의 손을 거쳐 감동의 완급조절을 통해 대중의 기대를 충족시킨다. 만약 당신이 감상적인 독자라면 책 중반이 지나기 전에 조용히 눈물을 닦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참신한 구성과 내용의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막상 마지막 장을 덮고 났을 때의 여운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그러기에는 록스타인 보노의 성공이 지나치게 부각된 것은 아닐까?
자서전이 성공한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면, 성경의 어느 페이지도 기록되기 힘들었을 것이다. 성공한 사람들만을 주목하는 세상의 기준에서 볼 때, 낮고 비천한 모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은 실패와 고통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고난이 없었다면 구원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성경은 고통 그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의 방편이라고 말씀하고 있다.
책을 읽고 난 독자들은 록스타 보노의 어두운 과거와 고통의 시간들에 대해서도 몹시 궁금해질 것이다. 그가 아버지와 어떤 문제로 불화하였는지, 그의 처절한 실패를 통해 하나님께서 어떻게 역사하셨는지 하는 것들을 말이다.
성공과 경쟁을 부추기는 세상에서 대단한 일을 이루어 가시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심을 보노는 고백한다. 하나님께 쓰임 받는 한 사람 보노의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일을 어떻게 이루어 가시는지를 깨닫게 하는데 바로 이 책의 목적이 있다.
세상에 대하여 이와 같은 소명을 품은 많은 그리스도인들, 특히 청소년들과 청년들에게 이 책은 유익하다. 나는 이 책을 읽는 많은 청년들이 세상의 높은 벽에 좌절하거나 실패를 두려워말고 세상을 향한 믿음의 시도를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덧붙여 오늘도 우리의 실패를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의 역사를 기대하며 자신만의 자서전을 써나갈 것을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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