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로부터 임하는 원한

누가복음 18장 1절-8절 설교

백봉태 승인 2011.07.21 20:52 의견 0

오늘 본문 중 7절에서 예수님께서 ‘하물며 하나님께서 그 밤낮 부르짖는 택하신 자들의 원한을 풀어 주지 아니하시겠느냐 저희에게 오래 참으시겠느냐’고 하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말씀에 따르면 택하신 자들, 즉 참된 하나님의 백성들은 원한을 갖고 있는 자들이며, 하나님은 그들의 원한을 풀어 주시는 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즉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사람인가 할 때 “마음에 원한을 가진 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원한이란 감정은 어떻게 보면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정서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나님을 믿는 신앙 안에서 승화될 때 그 원한은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는 주요한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성경은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신 목적은 먼저는 ‘항상 기도하고 낙망하지 말아야 될 것을 가르치시기 위해서’였습니다(1절).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기도하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데살로니가전서 5:16-18절에서 사도 바울은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기도에 힘쓰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오늘 본문 말씀처럼 항상 기도에 힘써야 할 뿐 아니라, 기도하다가 낙망하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즉 이 비유에서 우리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첫 번째 교훈은 참된 믿음이란 항상 기도하는 것이요, 또 기도하다가 낙망하지 않는 것이 참 믿음이라고 하는 사실입니다.

이 비유는 우리가 어떤 자세로 기도할 것인가와 더불어 우리가 인내심을 갖고 기도 하되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아주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습니다. 믿는 자들, 다시 말해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은 백성들은 마땅히 원한을 품은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믿는 자들은 어떤 원한을 품고 기도해야 합니까? 가난하게 살았으니 나도 한번 잘 살아봐야겠다는 그런 원한입니까? 나는 못 배웠지만 내 자식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일등을 하게 만들고 일류대학교에 보내야겠다는 그런 원한입니까? 아니면 혹 우리 집안에 원수가 있는데 그 원수에게 원한을 갚고자 하는 그런 원한입니까?

제가 볼 때 더러는 그런 원한을 품고 기도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날 우리 한국교회가 깊이 병들게 된 이유는 이런 사사로운 한풀이를 위해서 열심을 내는 기복주의적 신앙의 행태가 교회 내에 들어왔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께서 택하신 자들이 원한을 품고 기도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은 앞서 말씀드린 그런 사사로운 한풀이를 위한 원한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하나님의 택하신 자들이 품어야 할 원한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예. 그것은 한 마디로 하나님의 나라를 향한 원한입니다.

이 땅이 하나님의 것인데, 왜 이 땅에 하나님의 통치가 나타나지 않으며 하나님의 공의가 실현되지 않습니까? 하고 부르짖는 원한, 바로 그런 원한을 품고 기도하는 자가 되라고 예수님은 말씀하신 것입니다. 구약 역사 속에서 다윗은 바로 그런 원한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사무엘상 22:1-2에 보면 그가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을 피해 아둘람 굴에 숨어 있을 때 환난당한 모든 자와 빚진 자와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 그에게로 모였으며, 그 숫자가 약 사백 명 가량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다윗에게 모여든 사람들은 사사로운 이유 때문에 마음이 원통한 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하나님의 언약 말씀에 대한 믿음 안에서 그들의 사사로운 원한을 하나님 나라를 향한 원한과 비전으로 승화시켰고, 그로인해 다윗의 시대에 이스라엘 역사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오늘도 하나님은 그런 원한 가운데 기도하는 자들을 찾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들의 낙담하지 않고 꾸준히 드리는 기도에 응답하여 하나님의 공의로우신 뜻을 이루시고 이 땅에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나타내시는 것입니다. 이러한 원한을 우리는 “하늘로부터 임하는 원한”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성령으로 말미암아 이런 하늘로부터 임하는 원한과 기도의 영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고 하나님의 공의와 정의가 실현되기를 탄식하며 기도하되 마치 원한 맺힌 자처럼 꾸준히 기도의 사람들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한국교회가 다시금 일어나려면, 그리고 우리나라가 이스라엘을 시기나게 하는 민족이 되려면, 오늘날 우리 교회에 참으로 하나님 나라의 영광을 바라보며 원한을 품고 기도하는 사람들이 일어나야만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성령강림절을 맞이하여 우리 모든 성도들이 이런 하늘로부터 임하는 원한을 품게 되기를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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