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는 구술 문화 사회

최성수 편집위원 승인 2011.07.17 07:35 의견 0
 
 
몇 번에 걸친 시도를 거쳐 7년 만인 2009년에 드디어 기독교 학회에 참석했다. 거의 7년 동안 학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이니, 학자임을 내놓기가 부끄러울 정도다. 그러나 이렇게 된 데에는 그 때의 경험과 결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경험이라 함은 당시 학회에서 발표되는 논문과 관련된 학자들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기한 질문에 대한 반응들 역시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느끼게 된 것이었다. 문제 제기와 논문에 대한 분석적인 관찰, 다시 말해서 논문의 정당성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돌아오는 반응은 ‘그런 질문은 왜 필요하냐?’는 식이었다. 대한민국의 모든 신학자들이 일 년에 한 차례 모이는 학회에서 논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시간이 부족해서 연구를 잘 못했으니 살살 비판해 달라”는 사족은 그저 인사 치례인 줄만 알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질의와 응답 시간에 그것이 사실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각종 세미나나 학회에서도 진지한 토론은 이어지지 않았고, 짧은 발표 시간에 토막 논찬, 그리고 간단한 질의와 응답은 문자 문화에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어야 할 분석적인 사고가 결여되어 있었다. 그보다는 권위와 정이 지배적인 사회임을 알 수 있는 측면들이 많았는데, 예컨대 논찬은 소위 ‘논리적인 찬양’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학자들 사이에서 회자되었다. 전통과 권위에 의존하는 모습은 구술 문화에 전형적인 특징들이다.
문자 문화가 구술 문화보다 우위적이라거나 혹은 구술문화를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인류 발전의 역사가 인간 혹은 문화의 우열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싶었을 뿐이다. 다시 말해서 필자 역시 문자 문화의 특징들을 포기하고 구술 문화의 속성에 따라 행동했을 때 비로소 쉽게 적응할 수 있었고 학회 참석에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떨쳐버리지 못하는 의문은 있다. “한국에서 학문하는 것은 여전히 구술 문화이어야만 하는가?” 바뀌어가고 있는 징조들이 젊은 학자들 사이에서 많이 나타나고 있어서 미래에는 분명 변할 것이라고 믿는다. 이것은 한국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문화의 변화는 어떤 변화로 이어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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