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보이느냐
마가복음 10장 32절-45절 설교
백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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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8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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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님께서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시는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치유사건에서 특이한 점은 예수님께서 두 번에 걸쳐 안수하심으로 소경의 눈이 완전히 뜨이게 된 점입니다. 즉 예수님께서 처음 안수해 주었을 때는 그의 눈이 뜨기는 했는데 사람이 걸어가는 것이 마치 나무들이 걸어가는 것과 같이 아직 분명치 못하다가 재차 예수님께서 그 눈에 다시 안수하시자 그가 모든 것을 밝히 보게 되었다는 기사입니다. 그러면 이 소경 치유 사건에서 예수님께서는 왜 두 번 안수하시고서야 소경이 완전히 보게 하셨을까요? 예수님의 능력이 한 번만으로는 부족해서 그랬던 것일까요? 아니지요. 예수님은 말씀 한 마디로도 죽은 자도 당장에 살리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럼에도 예수님께서 그처럼 두 번의 안수를 하셔서 소경의 눈을 뜨게 하신 데에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는 이 사건을 통해 무언가 중요한 영적 사실을 제자들에게 가르치시고자 하신 것입니다.
그렇다면 예수님께서 이 소경 치유 사건에서 말씀하시고자 한 바는 무엇입니까? 예. 그것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바로 그 소경과 같은 자들임을 말씀하시고자 하신 것입니다. 이 치유 사건 후에 마태복음 16장에 나오는 베드로의 신앙고백과 그 이후의 이야기가 동일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베드로는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하느냐?”는 예수님의 질문에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고 고백하였고, 예수님이 그리스도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베드로와 다른 제자들의 고백이 하나님께서 성령으로 말미암아 주신 믿음으로 인하였음을 인정해 주셨습니다(마 16:17). 그러나 그 신앙고백 직후에 예수님께서는 이제부터 예루살렘에 올라가셔서 고난을 받으시고 죽으실 것에 대해서 말씀하셨고, 이에 대해 베드로는 그렇게 하실 수는 없다고 예수님의 길을 가로막았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그런 베드로를 향해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로다.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라고 꾸짖으셨습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고 말씀하십니다.
베드로를 비롯한 제자들은 그 당시 하나님의 은혜로 예수님이 그리스도란 사실을 깨닫고 믿게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그들은 그 때에 신자(信者)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예수님의 구속 사역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없었습니다. 즉 예수님께서 반드시 고난을 통하여 하나님의 구원역사를 이루실 것과,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들도 그러한 예수님의 자기희생과 섬김과 낮아짐을 본받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자기를 부인하는 길을 좇을 때만이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구속 사역에 동참하게 됨을 깨닫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마가복음 본문을 보면 그 첫 번째 수난 예고 이후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길 에서 제자들은 계속해서 서로 누가 높으냐하는 문제로 다투었던 것입니다. 이것은 그들이 예수님이 누구신가를 알고 믿는 신자이기는 했지만, 아직 예수님의 온전한 제자가 되지 못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소경의 치유 사건을 통해 이런 제자들에게 이미 눈을 뜨기는 했지만 완전한 시력을 얻지 못함으로써 만물을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아직은 없는 영적인 반소경과 같은 자들임을 말씀하시고자 한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반소경과 같은 상태에 있을 때가 많습니다. 여전히 자아를 버리지 못하고 자기 욕심으로 주님의 일을 하고 인간적인 영광을 추구하는 기독교인들과 교회는 아직은 모든 것을 올바로 바라보며 분별할 능력이 없는 반소경과 같은 자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어두운 눈을 가지고서는 자기 몸을 밝힐 수도 없으며, 더구나 세상의 빛의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늘도 우리는 주님의 만져주심으로 우리의 영적인 눈이 다시 뜨여져야만 합니다. 예수님을 단지 그리스도로 믿고 고백하는 차원을 넘어서 예수님께서 걸어가신 섬김과 희생의 길을 좇아갈 때 우리의 눈이 온전히 뜨이게 될 것이며 그런 참된 제자들을 통해 이 땅에 그리스도의 나라가 세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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