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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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7.0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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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아우라가 있는 목회
(<나는 가수다>, MBC)
‘나는 가수다’는 7명의 가수가 출연하여 노래로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가수들은 먼저 자신들의 노래로 스스로를 소개하고, 1차 경연에는 다른 가수들의 노래 가운데 자신들이 부르고 싶은 노래를, 그리고 2차 경연에는 청중들에 의해 추천된 노래들 가운데 임의로 선택된 것을 부르도록 되어 있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낯선 음악을 소화하고 새롭게 편곡되는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이 있고 그것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리고 결국 어떻게 재현되는지, 그 과정들을 편집해서 보여준다는 점에서 ‘음악 다큐멘터리’로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비슷한 형태의 프로그램으로서 이미 크게 성공했던 ‘남자의 자격’과는 또 다른 색채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수 등용문이 아니라 활발하게 활동 중인 가수들과 그들의 노래를 두고 500명의 청중들이 순위를 매긴다는 자체가 관행을 뒤집는 것이라 출범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가수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라는 비난이 가장 컸다. 가수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시청자에게 흥미를 줄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것이 관건이겠는데, 다행히 전문 음악인이 아니라 청중에 의한 평가를 통한다는 점에서 음악 시장의 축소판으로 여겨지고, 또한 다른 연예인들로 구성된 7명의 매니저들은 프로그램이 지나치게 무거워지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다시 말해서 그들이 있음으로 가수들의 경쟁은 실제 경쟁이 아니라 하나의 방송 프로그램이라는 확인을 받는다. 그러나 그들이 단순히 장식이나 양념만이 아니라는 사실은 노래를 평가하는 수준에서 입증된다.
뮤직비디오는 노래를 단지 듣는 차원에서 벗어나 텍스트가 전해주는 이미지를 보고 느낄 수 있도록 개발된 장르라면, <남격>을 포함해서 <나가수>는 노래가 구성되는 과정과 가수의 이야기를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새로운 시도이다. 노래만이 아니라 그것이 형성되는 과정과 가수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기울임으로서 음악 안에서 자신이 결코 타자로만 머물러 있지 않으려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잘 반영한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이 가운데 단연코 중심에 있는 가수는 임재범이다. 임재범은 단순히 개인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된 듯 하다. ‘임재범’은 기존의 음악이 어떻게 새롭게 재편성될 수 있는지, 가수 개인의 삶이 어떻게 음악이 될 수 있는지를 대변한다. 사람들이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각각 다르겠지만, 필자는 시청자와 평가단들이 단지 그의 열정적인 태도만이 아니라, 그의 노래 속에서 한 사람의 삶의 이야기를 보고 또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임재범’을 통해 한 개인이 어떻게 음악과 하나가 될 수 있는지를 볼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음악 실력은 뒷전에 두고 이야기만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력이라면 모두가 비슷하고 또한 열정 역시 마찬가지다. 오히려 음악 속에 삶과 이야기라는 독특성이 사라지고 오직 춤과 테크닉으로 가득한 이미지만을 반복하는 이 시대에 임재범은 가수 개인이, 특히 그의 아우라가 음악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복제가 판을 치는 이 시대에 삶의 진정성과 아우라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부각시켜준 것이다.
<나가수>, 특히 ‘임재범’을 매개로 교회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하는 것은 무수히 반복 생산되는 획일적이고 색채감이 없는 복음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며, 또한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일이다. 하나님이 영향력 있고, 설득력 있는 메시지를 위해 관행에서 벗어나 놀랍게도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이나, 메시지를 이야기가 있는 삶으로 육화시킨 일은 오늘 우리가 복음을 어떤 방식으로 재생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있어서 하나의 패러다임이다. ‘임재범’은 대중문화 속에서 이것을 드러낸 아이콘이었다. ‘임재범’에 대한 갈망은 곧 삶이 녹아 있는 메시지, 외적인 권위로는 결코 대체할 수 없는 아우라가 있는 메시지에 대한 교인들의 갈망을 대변한다. 이것이 <나가수>와 ‘임재범’이라는 아이콘이 교회에 던져주는 화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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