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과 소명감

최성수 편집위원 승인 2011.06.26 19:24 의견 0

목회에서 흔히 제기되는 질문 가운데 이런 것이 있다: ‘주의 일을 할 때 필요한 것은 책임감인가 소명감인가?’

일을 하다보면 실제적으로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어느 것을 더 우선하고 또 중요시하느냐에 따라서 목회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양자에 대한 목회자의 입장은 분명해야 하고 또 목회 사역에서 중요하게 고려되어져야 한다.

책임감이란 자기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해 완수하려는 의지를 말한다. 어떤 일을 책임 있게 수행해 나간다는 말은 일이 완수될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는 말이다. 그 일의 결과가 잘 되었든 잘못 되었든 자기의 책임으로 생각한다.

소명이란 하나님의 부르심이다. 하나님이 하실 일들이 한 개인에게 위임되는 것이며, 하나님의 구원에 감격해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성도의 전인격적인 반응이다. 소명감이 강한 사람은 하나님의 일이 자신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열정이 있다.

외관상으로 볼 때는 책임감으로 일하는 것인지 아니면 소명감에 따라 하는 것인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양자의 상관관계가 궁금해지게 된다. 특히 성도들의 열심을 바르게 이해하고 또 그들을 지도할 책임이 있는 목회자들에게는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다.

예컨대 책임감은 전혀 없는 사람이 소명을 받았다고 하면 주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난다. 시작한 일을 끝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하나님의 능력만을 믿고 덤벼들긴 하는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일 자체에 대한 분별력이 떨어지기도 한다. 무모한 시도가 많아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힘들게 하면서도 결국에는 용두사미가 된다. 하나님의 뜻으로 시작한 일이다보니 그 뜻이 강하게 주장되면 될 수록 주변사람들로 하여금 하나님과 그의 계획이라는 것에 대한 깊은 회의를 일으키게 된다.

이에 반해 소명 없이 오직 책임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은 자기 책임 밖의 일이나 능력 밖의 일은 꺼려하거나 시도 자체를 포기한다. 특히 자기에게 유익이 돌아오지 않는 일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관심한 태도를 보인다. 자기가 좋아하고 또 할 수 있는 일만을 하려고 한다. 일을 하면서도 일을 그르치게 만드는 이유가 조금이라도 보이면 불평을 서슴지 않는다.

교회를 세워나갈 때 처음부터 소명의식이 강한 성도들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목회자는 일단 책임감에 의지하게 된다. 책임감에서 일하다 보면 신앙생활을 하는 동안에 언젠가는 소명감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일 추진의 결과가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진다.

이것에 대한 책임은 철저히 목회자의 몫이다. 교회의 일은 세상의 일과 달라서 하나님의 부르심이 앞서야 한다. 성도들은 설교를 통해서든 교육을 통해서든 하나님을 알고 또 자신들을 통해서 일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되면서 강한 소명감을 갖는 것은 물론 하나님의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일 자체에 대한 욕심과 성과에 대한 조급한 마음에서 성급히 인간의 책임감에 의지한다면 처음에는 잘되는 것 같아도 나중의 결과가 좋지 못하다.

성도들로 하여금 소명감을 갖도록 하는 것은 교회를 세우는 기초 작업에 해당된다. 기초를 바로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건물부터 세울 욕심에서 달려들게 되면 영적 회복을 위해 기초를 다시 세우는 일이 너무 힘들어 진다. 재건축을 할 때는 기존의 건물을 무너뜨려야 하는데 낮은 건물보다 높은 건물의 경우가 더욱 힘든 법이다. 한번 형성된 잘못된 습관을 고치는 것은 엄청난 수고를 요하는 수술과정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성도들의 소명의식을 강하게 고취시키는 일은 비록 처음에는 힘들어도 단단한 기초를 다지는 일이다. 시간을 갖고 인내하면서 열심을 낼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다.

그렇다고 해서 책임감이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신앙훈련은 인격수련과 병행되어야 한다. 인격이 변한다고 해서 신앙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인격수련이 없는 신앙은 맹목적이고 이기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교회 안과 밖의 삶이 다르고, 자기 안과 밖이 달라진다. 이중적인 신앙인을 양성하는 지름길이 된다. 신앙훈련의 과정에는 인격수련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그래야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소명감이 강해짐에 따라 일에 대한 책임감이 강해지는 것을 기대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책임감이 소명감에 미치지 못해 일을 그르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저작권자 ⓒ koaspora,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