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연구원(원장 이장로)이 주최한 영화 <무산일기> 상영회 및 미니포럼이 지난 6월 4일 토요일 오전 9시 반부터 시네코드 선재에서 열렸다.
"주인공 전승철은 주민번호 125로 시작되는 탈북자다. 그는 벽보붙이기, 전단뿌리기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유일한 친구이자 탈북자인 경철과 함께 살아간다. 승철의 유일한 낙은 교회 성가대의 숙영을 볼 수 있는 주일이다. 남한사회의 높은 벽 앞에 번번이 좌절하던 승철은 우연히 숙영이 일하는 노래방에서 일할 기회를 얻게 되고. 때마침 경철은 탈북자 브로커 일이 잘못돼 도망자가 되어 승철에게 도움을 청해오는데..."
박정범 감독은 실제 탈북자로 현재는 고인이 된 친구 故전승철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직접 <무산일기>의 시나리오를 썼으며 주연을 맡아 연기했다. 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무산일기>는 로테르담영화제 타이거상(대상), 도빌아시아영화제 심사위원상 등 다수의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했다.
127분 간의 영화상영이 끝난 후에는 연세대 의대 정신과 전우택 교수의 사회로 1시간 가량 미니포럼이 진행됐다.
임성빈교수(장신대 기독교와 문화 교수, 한반도평화연구원 부원장)는 현재 남한에는 2만 명이 넘는 새터민이 있다고 언급하며, 영화를 통해 성경에서 말하는 우리의 ‘이웃’인 이들을 교회가 어떻게 섬기고 있는지 자문해보았다며 감상을 밝혔다.
영화 속 수경을 비롯한 인물들의 공통배경을 대한민국 사회와 교회로 설정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박 감독은 친구(故전승철)와 친구의 형이 선교단체를 통해 넘어왔고 교회를 통해 남한사회 정착에 도움을 받았다고 답했다. 특히 자신이 승철을 처음 만났을 때 품었던 호기심과 동정에 대한 미안함과 정착금 얼마 주고 살아보라고 하는 우리 정부의 모습 등 남한사회를 대변하는 인물이 ‘수경’ 이며, 끝까지 변하지 않는 종교적인 선한 가치로 인해 자신의 선함을 지키려는 인물도 아이러니하게도 수경이라고 박 감독은 설명했다. 종교의 교리나 변하지 않는 가치, 진리는 언제나 거기에 있었고 그것을 믿는 나약한 인간들의 이중성이라든지 아이러니가 우리를 충돌하게 만들 뿐이라고 말하며 영화를 보면서 기독교적이다, 반기독교적이다로 접근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박명규 소장은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음을 밝혔다. 박 소장은 탈북자 문제, 사회 통합의 문제 뿐 아니라 남북 간의 갈등을 완화시키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얼마나 리얼리티에 다가가지 못하고 있는가’라는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 러시아대사였던 이인호 교수 또한 냉소적인 엔딩에 대한 불편함을 표명했다. 이 교수는 교회가 어떻게 탈북자들을 보듬을 수 있는지를 지적하며 어렵다고 포기하지 말고 인간 대 인간으로 접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탈북자나 새터민보다 ‘새 이웃’이라는 호칭을 쓸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박 감독은 영화의 개봉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승철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영화를 만들겠다’라는 일념으로 반성문 쓰듯 만든 영화라고 소회를 밝혔다. 영화 엔딩에 대한 반복된 질문에 대해서는 마지막의 냉소가 ‘그래 봐라, 그래도 나는 살고 있다’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서는 본래 세 가지의 엔딩을 준비했으나 마지막에 승철이 죽은 개를 스쳐 지나가는 순간 이 영화는 끝났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며, ‘친구(승철)는 죽었지만 나는 계속 살아갈 것이고 그 언젠가 또 누구를 만나면 새로운 가면을 쓰고 살아가겠지’라는 스스로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박 감독은 등장인물 중 가장 발전적이고 선한 삶을 살아갈 사람으로 기독교인 ‘수경’을 꼽았다. 승철과 경철은 견디다 못해 쓰러졌지만, 수경은 지금은 힘들지만 종교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을 때 상황이 나아지면 좀 더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객석에는 새터민 학생들이 참석해 눈길을 모았다. 주인공의 고향인 ‘무산’에서 왔다는 한 새터민 학생은 취업준비를 할 때마다 출신으로 인한 편견을 느껴왔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기독변호사회 박종원 변호사는 백구가 죽는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게 통합이라면 우리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느냐’고 말하며 진정한 사회 통합에 대한 고민을 풀어냈다. 퓰러신학교의 이학준 교수는 탈북자들의 상황을 미국 이민자들과 비교하며 이를 편견의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가 가져 온 잠재적이고 집합적인 동의를 얼마나 체계적이고 집중적으로 부수어 나갈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리더십학교 학생들을 비롯한 한반도평화연구원 회원 200여 명이 초청됐다. 지난 4월 14일 개봉한 <무산일기>는 7월 중순까지 전국 예술영화전용관 및 지역 특별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과의 만남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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