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문 없는 범인 베드로의 변신
반값등록금은 교육 공평권의 시작이다
이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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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0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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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베드로와 요한이 담대하게 말함을 보고 그들을 본래 학문 없는 범인으로 알았다가 이상히 여기며 또 전에 예수와 함께 있던 줄도 알고 또 병 나은 사람이 그들과 함께 서 있는 것을 보고 비난할 말이 없는지라 명하여 공회에서 나가라 하고 서로 의논하여 이르되 이 사람들을 어떻게 할까 그들로 말미암아 유명한 표적 나타난 것이 예루살렘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알려졌으니 우리도 부인할 수 없는지라”(행4:13~16)
사도행전 4장을 보면 베드로와 요한이 백성들 앞에서 복음을 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들의 설교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믿는 자가 오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오천 명을 먹이신 것을 생각할 때 그 스승에 걸맞는 제자들입니다.
하지만 제자들은 백성을 소란케 한 죄로 관리들과 백성의 장로들에게 끌려가 심문을 당합니다. 제자들은 그 순간에도 담대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 변론을 하자 듣던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성경은 그들의 반응을 “그들이 베드로와 요한이 담대하게 말함을 보고 그들을 본래 학문 없는 범인으로 알았다가 이상히 여기며”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무식한 갈릴리의 어부들에 불과했던 그들이 자신들을 압도하고도 남을만한 뛰어난 지식과 능력으로 무장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자들이 이렇게 변화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제대로 교육의 기회도 갖지 못했던 갈릴리 어부들은 3년 동안 최고의 스승인 예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을 통해서 당대 최고의 엘리트들을 능가할만한 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아무리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온 사람이라도 좋은 교육만 제공하면 그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명박 정부는 교육에 무한 경쟁 시스템을 도입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경제적 능력에 달려있습니다. 교육의 공평권이 보장되지 않는 이런 교육정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절망만 더할 뿐입니다. 국가가 수준 높은 교육의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교육이 공교육을 대신하게 되었고, 사교육을 받을 수 없는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그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가 경쟁력을 통해 뛰어난 인재를 키우려 한다면 무엇보다 공평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인력풀이 넓을수록 더 뛰어난 인재를 발굴할 수 있습니다. 뛰어난 학습 잠재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 기회를 갖지 못해 경쟁으로부터 뒤쳐진다면 그만큼 뛰어난 인재를 키울 인력풀은 좁아집니다. 교육의 공평한 기회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경쟁을 도입하면 기득권을 가진 세력이 교육을 통해서 기득권을 대물림하는 왜곡된 사회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현상은 오히려 공정한 경쟁을 가로막는 행위로 교육이 부의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최근 반값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사회전체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반값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는 교육의 공평권이 심각하게 훼손된 사회적 현실 속에서 교육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정당한 저항입니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대학생활의 대부분을 알바로 보내야 하는 학생들에게 공부는 오히려 사치에 불과합니다. 학비와 생계문제를 고민하며 알바에 목을 매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서 무슨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이들은 취업에도 어려움을 겪게 되고, 대학졸업과 함께 등록금 상환의 압박 속에서 이들은 돈에 쫓겨 다시 불안정한 취업의 현장으로 내몰리게 됩니다.
대학에 들어오기 전에는 사교육의 위력 앞에서 좌절해야 했던 젊은이들이 대학생활 내내 감당하기 어려운 등록금에 또 다시 좌절하는 악순환을 끊어버려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에 상관없이 마음껏 공부할 수 있는 교육의 공평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교육 공평권의 핵심이 등록금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20세기 부의 변동에서 교육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했습니다. 교육은 현대사회에서 부의 재편을 통해 평균지권을 실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영역입니다. 가난한 집의 자녀들도 능력만 있다면 학업의 기회를 통해서 역전이 가능한 사회가 건강한 사회며, 그것이 성경의 희년이 추구하는 사회입니다. 학문 없는 범인들도 탁월한 교육을 통해서 당대 최고의 종교 지도자들을 넘어설 수 있었던 것처럼 오늘날 교육의 공평권을 실현함으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수많은 베드로들을 일으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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